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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를 부탁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14
첨부파일0
조회수
868
내용

아버지를 부탁해

 

하트스캔 마인드스캔 클리닉 김연희

 


2009년 방송되어 마지막 회 전국 시청률 47.1%라는 화려한 성적을 거두었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 많은 사람들이 이승기와 한효주, 문채원 등이 나온 청춘 로맨스로 알고 있는 이 드라마를 나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부재를 보여준 드라마로 기억한다.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승기)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는 주인공에게 자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죄책감을 제공하는 존재다. 여주인공(한효주)에게는 아버지가 있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업을 부도낸 아버지는 거액의 사망 보험금이라도 가족에게 주기 위해 잠적해 죽은 척 하지만, 정작 자신의 친 딸과 아들이 새엄마에게 재산을 뺏기고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것도 알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다. 심지어 극중 남자 조연(배수빈)의 아버지는 자신이 이사로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흑심을 품은 야심가로 자식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이용하려고만 든다. 이 드라마에 묘사된 아버지들은 하나같이 부정정인 존재로 아예 존재가 없거나 있어도 무능력하고 또는 야망을 위해 자식의 희생을 강요하는 무정한 인물인 것이다. 이러한 아버지의 부재 속에 일과 사랑에서 자기들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이 아름답게 그려진 드라마가 국민 드라마가 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드라마는 판타지를 자극하지만 또 동시에 현실을 반영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씁쓸한 안타까움을 피할 수 없었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이해 IMF이후 한국 경제가 또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시기였다. 이런 시대적인 상황과 아버지의 부재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일까?


<아버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그 설명을 조금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의 정신분석가인 저자 루이지 조야는 아버지의 탄생과 현재의 부재를 역사적, 심리적, 문화적으로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대지, 생명, 자연 등으로 상징되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 상은 자연에 반하여 사회를 형성하면서 인위적으로 발전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출현한 절대적이고 권위적인 부성 상(우리나라의 경우로 설명하자면 조선시대 구축된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에서의 부성 상)은 사회구조의 본질적인 변화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회에서 특히나 부성이 사라진 이유는 농업과 사냥 등 전통적인 직업의 경우 일터와 가정이 가까워 아버지가 자식에게 교육을 시키고 직업을 전수하는 긴밀한 연결이 있었지만 IT와 금융 산업이 발달한 현재는 그러한 삶의 방식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역사상 가장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지만 아버지와 자식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현저히 짧아졌고 아버지가 가정의 생계를 책임 졌던 전통적인 가정과는 달리 현재는 어머니도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그 역할과 의미가 추락해 집으로 가져오는 월급봉투에 의해 겨우 아버지라는 호칭이 유지되고 있는 현실에 불어 닥친 IMF2008년 금융위기는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아버지의 지위를 더욱 휘청거리게 한 셈이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묘사된 부정적인 아버지들의 모습은 이렇게 설명이 된다.


지금도 2008년 금융위기의 후 폭풍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고개 숙인 아버지들의 모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추락한 아버지 상을 새롭게 복원하기 위한 시도들이 사회, 문화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내 딸 서영이>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드라마와 영화, 예능에 이르기까지 부성애를 다룬 내용이 대세가 된지 오래다. 이들 문화 콘텐츠에서 아버지는 가정의 생계에 발목 잡힌 노동자와 여자와 아이에게 군림하는 독재자라는 부정적인 상 너머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자식에 대한 뜨겁고 깊은 애정을 가진 존재로 재조명된다. 또한 공평하면서 정의롭고 동시에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바라는(공평하면서 정의로운 사람이 성공하기 힘든 불합리한 세상과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자식들의 바람이 좌절되면서 가정에서조차 소외되어 외로움과 고통에 비틀거리는 아버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렇다고 오해는 말자. 이미 용도 폐기 된 권위적이고 전근대적인 아버지상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전의 절대적 권위에서 추락한 아버지의 부재를 그냥 두고 보기에는 지금까지 가정과 사회에서 해 온 역할들이 상당했다는 깨달음의 반증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 민주적이고 평화롭게 가족과 소통하는 새로운 아버지를 원하는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이런 역사적인 현상에 동참하고 싶은 아버지라면 <스칸디 대디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 한다> <아빠가 필요한 순간들> 같은 책들을 읽어보자. 두 책의 저자는 모두 교육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들로 자녀에게 공감해 주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부모역할을 아내와 함께 고민하고 인생의 대선배이자 첫 번째 멘토로서 기꺼이 육아에 동참하는 새로운 아버지 모습을 자신의 경험에서 찾아내 제시한다. 앞으로 이런 아버지들이 너무나 익숙해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사회가 된다면 어떨까? 지금보다 좀 더 공평하고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세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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